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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삼킨 폭포[猪喫瀑布] - 서거정(徐居正)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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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5-08-02 16:46 조회25,8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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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래: 설화, 패관 문학(稗官文學)
▶ 연대: 조선 성종 때
▶ 짜임: 피카레스크(plcaresque)식 구성
▶ 표현: 풍유법(풍자적, 해학적)
▶ 제재: 양반 계층의 가렴주구(苛斂誅求)
▶ 주제: 양반 지배 계층의 가혹한 수탈 행위에 대한 풍자
▶ 출전: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한 조관(朝官)이 일찍이 진양(晋陽) 고을의 수령이 되었다. 그는 가렴 주구(苛斂誅求)가 심하여 비록 산골의 과일과 채소까지라도 그대로 남겨 두지를 않았다. 그리하여 절간의 중들도 그의 폐해를 입었다.

하루는 중 하나가 수령을 찾아가 뵈었더니, 수령이 말하기를, \"너의 절의 폭포가 좋다더구나.\"라고 하였다. 폭포가 무슨 물건인지 모르는 중은 그것도 또 세금으로 거두려고 하는가 두려워하여 대답하기를 \"저의 절의 폭포는 금년 여름에 돼지가 다 먹어 버렸습니다.\"라고 하였다.

강원도 한송정(寒松亭)의 산수 경치가 관동 지방에서 으뜸이었으므로 구경꾼이 끊이지 않고 말과 수레가 사방에서 모여 들었다. 고을 사람들은 그 접대하는 비용이 적지 않았으므로 항상 푸념하기를 \"저 한송정은 어느 때나 호랑이가 물어 갈까.\"라고 하였다.
어떤 시인이 다음과 같이 두 구(句)의 시를 지었다.

폭포는 옛날에 돼지가 먹어버렸네만 瀑布當年猪喫盡
한송정은 어느 때에 호랑이가 물어갈꼬. 寒松何日虎將歸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이 작품은 시정(市井)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채록하여 피카레스크(picargsque)식으로 구성한 패관 문학이다. 이 '돼지가 삼킨 폭포' 이야기는 당시 양반 계층의 가렴주구가 극심하였음을 풍자적으로 알려 주는 해학성 넘치는 작품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중이 엉뚱하게 대답한 내용과 시의 구절을 통해 연민의 정을 느끼게도 한다.

이러한 작품을 선초의 뛰어난 문사이자 고관직(高官職)에 있었던 서거정 같은 관료가 직접 엮어 놓은 것은 특기할 만하다. 백성과 악덕한 벼슬아치와의 관련 양상을 골계적 수법으로 그린 점에서 그의 여유 있는 풍자 정신을 엿볼 수 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7-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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