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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지식자원의 발굴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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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5-08-03 09:24 조회25,4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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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지식자원의 발굴과 관리

글 : 김선풍 교수님
(민시련 공동대표, 중앙대 민속학 교수님,학과장님)

민속(folklore)이라는 단어 속에는 '민간의 전승', '민간의 풍속'이라는 뜻 외에 '민간의 지식(the knowledge of folk)'이라는 뜻이 내재해 있다. 그러므로 세시풍속, 축제, 무가, 민요, 신화, 전설, 민담, 속담, 수수께끼, 금기어, 탈춤, 통과의례와 같은 정신민속은 물론이려니와 물질민속 속에도 각기 그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민간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한국 축제와 명절, 그리고 속담에 나타난 전통지식자원을 살피고, 그 자원을 어떻게 발굴·관리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세시풍속 중 3대 명절을 든다면 설·단오·추석이 될 것이다. 명절의 개념을 분류함에 있어 우리는 먹거리라 할 수 있는 부슴과 의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빔에는 설빔, 단오빔, 추석빔이 있다. 유독 다른 명절보다도 이들 명절에 빔을 차려 입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바로 이들이 한국적 세시 명절이기 때문이다. 먹거리인 부슴도 이들 세 명절에는 각별한데, 이 또한 세시명절 중 가장 으뜸 명절이기 때문이다.
계절별 특성에 따라 계승되어 온 우리의 고유 세시를 중심으로 먼저, 봄의 축제, 여름의 축제, 가을의 축제, 겨울의 축제로 나누어 세시풍속을 관광특성화 상품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정은 경계해야 할 문제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다면 가능할 것이다.
봄의 축제는 정월 대보름, 여름의 축제는 단오, 가을의 축제는 추석, 겨울의 축제는 동지를 중심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계절별, 그리고 지역별 세시의 특성을 살리고 전통문화의 지식체계를 함축하고 있는 것을 우선하여 계발한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총체적 축제는 제의, 놀이, 난장 등의 어울림의 장(場)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엑스포와 같은 성격의 축제 행사로 각 지역의 자연관광 상품과 연계시키면 좋을 것이다.
그간 한국은 점잖은 예의지국을 자칭해 오면서 '할거리'(참여), '먹거리'(음식), '볼거리'(관광)를 제한해 왔다. 세시풍속이 아무리 좋다 해도 세시풍속 자체만 보고자 몰려드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은 자명한 일이다.
축제를 벌이되 축제의 3대 거리인 먹거리, 볼보기, 할거리가 없어서는 그 축제는 일단 세계화, 관광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속담은 어원적으로 pro-[∼대신]와 verb[말]가 합쳐진 말이다. 어원대로 속담은 경우경우마다 '말 대신'으로 말 이상의 힘과 효과를 내면서 사용된다.
이 때의 말은 단순한 언어란 의미를 넘어선 문맥이 합친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로 속담은 지역에 따라서 농촌 속담인 향언(鄕諺)이 있고, 전국적인 속담이 있으며 계급적 분류도 가능하다.
또한 문화권에 따라 국가 간에 동일 속담을 사용하면서도 자국민의 민족성 내지 문화적 상황으로 하여 해석이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영국에서의 '롤링'의 뜻은 '이곳저곳으로 방황하다' '불안정하다' '불안하다' '변하기 쉽다'는 나쁜 관계[-]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반해, 스코틀랜드에서는 '활동적이다' '계속전진한다'는 좋은 관계[+]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어 문화적 상황이 사고의 흐름도 달리하게 한다는 점을 목격하게 된다.
또 모스 역시 영국에서는 '돈' '재산' '번영' '성공'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음에 반해, 스코틀랜드에서는 '진부' '침체' '에너지의 결핍' '능력과 흥미 상실' 등을 은유한 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속담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 외래 속담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구조는 어떻게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가.
속담을 받아들인 한국인의 입장으로 볼 때 우리는 속담사전의 영국식 해석도 가능하지만 굳이 그에 얽매이지 않고 스코틀랜드식 사고로 해석함도 무리가 없다는 점을 읽는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그를 두 나라와 다른 우리 문화권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지식체계요 문화감각인 것이다.

이상에서 축제와 명절, 속담에서 한국적 전통지식체계를 찾아보았다. 축제와 속담에서 살핀대로 한국인은 전통지식자원을 2분법적 지식체계 속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분법적 사고체계는 음양오행설로 이어지는 사고법을 낳기도 하였다. 전통민속 축제를 치루고 명절을 쇠면서 선인들은 스스로 자연질서체계를 따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간단히 얻은 결과물이 아닌 체험의 산물이다. 자연을 숭상하고 순응하는 자만이 이 땅에 살 권리가 있고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야말로, 인위적이 아닌 자연환경 친화적인 축제와 명절의 모습이 한국축제의 참모습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원초적 사고 체계에 만들어진 속담마저도 2분법적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는 점으로 감안할 때, 한국인은 단선적(單線的) 지식체계가 아닌 다원적(多元的) 지식체계 속에서 세계를 보았음을 지적할 수 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7-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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